컴공과 현실 진짜 배우는 것과 스트레스 받는 부분들
컴공과 졸업했거나 목표로 하고 있을 거라면 공감이 아주 잘 될 거다. 아직도 악랄했던 과제와 교수님이 생각나는데 컴공과 현실에 대해서 정리해봤다.
컴공과 현실
과제 마감 기한을 시험 날짜랑 같게 내주는 그 교수님.. 컴공과 애들이 노트북이랑 대화하면서 코딩 하고 왜 그렇게 밤을 많이 세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가장 먼저 내가 컴공과에 들어가서 후회했던 점은 생각했던 거랑 다른 걸 배운다는 점이다.
내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지금 유튜브처럼 영상 정보가 많이 있지 않았음.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전공들 중에서 검색을 통해 문서를 찾고 그 과가 어떤지 글로만 판단했었다.
그래서 나는 별다른 정보 없이 개발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컴퓨터 공학과에 지원했고 심지어 최초합으로 붙음.
붙고 나서는 와 나도 이제 해킹할 수 있게 되는 건가? 나도 카카오톡 같은 어플 하나 만들어서 회사 차릴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지 근데 대학교 가서 수업 들어 보니까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달랐다..
배우는 것들
해킹, 앱 만들기 등 기대하던 건 하나도 없고 파이썬으로 코딩 세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그래도 HelloWorld 찍을 때까지만 해도 그래 해킹 앱 만들기는 없지만 내가 개발의 재능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근데 헬로 월드 프린트 하는 거 끝나니까 그 뒤로 코딩 노베이스인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공부하고 이해할 시간이 있었으면 조금 나았을 것 같은데 for, while 문이 정도만 알려주고 나서 과제로는 맥도날드 주문 시스템을 만드는 걸 내줬다.
너무 충격이 커서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첫 1년을 꾸역꾸역 보내고 나니까 이제 알고리즘을 공부하는데 처음으로 배운 알고리즘은 이진 탐색이었다.
이진 탐색은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여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음. 근데 또 갑자기 그래프에서 최소 비용 경로 찾는 다익스트라 알고리즘 배우고 레드 블랙트리 배우고 아주 그냥 컴공과는 중간이 없음..
쉬운 건 초등학생이 와도 할 수 있는 정도고 어려운 건 대학생도 며칠 동안 공부해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이렇게 4년 동안 고등학생 때 꿈꿨던 해킹, 앱개발 같은 건 아예 듣지 못했고 그대로 졸업했음.
지금은 예전보다 전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통로가 많으니까 꼭 잘 알아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 받는 부분
컴공과 온 걸 후회했던 점은 과제가 진짜 많고 오래 걸린다. 물론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밤샘 공부는 시험 전날에나 하는 거였음..
근데 대학교 오니까 시험 전날은 당연하고 과제 제출 전날에도 밤을 세게 된다.
이게 난감한게 과제가 너무 어려워서 가망이 없어 보이면 그냥 포기하고 일찍 잘 텐데 느낌이 될 거 같은데 아 이거 고치면 되겠다 어 왜 안 되지 반복하다가 밤새고 정작 제대로 못 끝내고 과제를 제출함..
잠도 못 자고 점수도 못 받고 아주 슬픈 상황을 겪는다.. 한 학기에 밤을 몇 번 세 하는지 계산을 해 봤는데 과제는 보통 한 학기에 한 과목에서 6개 정도가 나온다. 듣는 전공이 5개면 한 학기 30개 의 과제를 해야 함.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5과목 시험을 두 번 보니까 총 10일 동안 시험을 보는 거다. 그럼 한 학기 110일 정도 중에서 40일은 밤을 새야 한다..
물론 공대면 다 비슷한 처지이긴 한데 그중에서도 컴공과는 상위권이면 상위권이지 평균보다 적은 양은 절대 아님.
영어는 필수
생각보다 높은 영어 실력이 요구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코딩할 때 모르는 거 있으면 구글링 하는데 한글로 보다 영어로 검색하면 훨씬 많은 결과가 나온다. 한글로는 나오지 않는 정보들도 영어로는 있음.
모르는게 적으면 검색을 몇 번 안 해도 돼서 영어 못 하는게 덜 스트레스 받았을 텐데 모르는게 많아서 검색을 많이 하다 보니까 영어를 못 하는게 아주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특히 공식 문서 볼 일이 생기면 더 화가 남..
물론 번역기 성능 좋지만 번역이 제대로 안 되기도 하고 페이지 전체 번역을 하면 코드까지 이상하게 번역이 되는 경험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거다.
그리고 이건 학교 by 학교이기 한데 학교 수업도 영어로 진행되는 게 많다.
한국어 수업을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을 거의 안 듣고 강의만 죽어라 번역기 돌리면서 이해하려고 했었음.
학점 따기 어려움
특이하게 컴공과는 한두 명씩 고수들이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정보 올림피아드에 나가서 상탄 걸로 시작해서 어디 해킹까지 해봤다는 친구도 있고 학생 때 심심해서 게임을 몇개 만들었다는 친구도 있고 그럼..
공대 다른 과에는 이런 괴수들이 없는데 왜 컴공과에만 존재하는지 정말 의문임.
그리고 컴공과는 유독 복수 전공으로 선택이 많이 된다. 복수 전공하는 사람들 특징이 학점이 엄청 높고 그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학점 괴물들이 많이 들어와서 나 같은 일반인은 바닥을 깔아주는 위치였음.
이렇게 컴공과 입학한 걸 후회하는 순간을 이야기해 봤다. 근데 사실 다 한때 후회했던 거고 지금은 너무 만족하면서 개발자 생활하고 있음.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해서 겁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후회 되니까 컴퓨터 공학과 가지 마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냥 컴공과 현실을 알려주고 싶었음. 후회되는 점보다 좋았던 점이 훨씬 많았음.